"폭싹 속았수다" 를 봐야 하는 이유
넷플릭스 드라마를 생각하면 재미의 여운이 크거나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머리에 오래 기억이 되었다. 반면 "폭싹 속았수다"와 같은 경우, 오랜만에 제대로 된 드라마를 본 기분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애순"이와 "관식"의 아프고 힘든 상황을 이겨나가는 성장과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갈등과 감정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요즘 같은 차가운 시대에 이런 드라마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체 줄거리 (스포일러를 포함하지 않음)
제주도에서 자란 애순과 관식의 만남과 성장 그리고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애순은 제주도에서 어린 시절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관식은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며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처음에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점차 서로가 느끼는 아픔과 갈등을 해결하고 서로를 바라보며 성장하고 변화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을 통해 삶에 진지하고 현실적인 면을 아주 잘 다룬 제주도를 배경으로 만든 두 사람의 애틋한 이야기이다.
기본정보
장르: 로맨스, 가족, 휴먼, 청춘, 드라마
출연: 아이유(이지은) 박보검, 문소리, 박해준
연출: 김원석
극본: 임상춘
드라마 vs. 현실 비교
애순이가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월세방을 구하고,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모습은 오늘날 청년 세대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자취방을 구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삶이라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청춘의 풍경이다. 하지만 배경이 되는 1980~90년대는 지금과는 다른 현실이 있었다.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로 부동산 정보, 아르바이트 공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급이 얼마인지 월세가 얼마인지 한눈에 비교하기도 쉽다. 당시에는 벽보나 신문 구인란을 통해 정보를 얻어야 했고, "복덕방"이라는 이름의 중개소에서 방을 구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그런 과거의 생활상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지금과는 다른 시대의 불편함과 정겨움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고 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청춘이 겪는 고민과 분투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드라마를 시청하는 이전 세대와 지금 세대들에게 공감을 준다.
9화 리뷰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금명이의 유학을 위해 집을 팔고 무너져가는 듯한 아파트로 이사한 애순이의 모습은 안타까웠다.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위한 의지로 느껴졌다. 그런데 이번 회차에서 가장 웃긴 건 사랑의 순환이라고 할수있다. 은명이에게 여자친구가 생긴다. 하지만 그 상대가 바로 "학씨 아저씨"의 딸이라는 것이다. 은명이의 열정적인 사랑의 방식은 분명 아버지인 관식을 많이 닮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취향은 그렇지 않은 듯해 웃음을 자아냈다. 더 황당한 건, 같은 날 애순은 은명이를 임신했고 "학씨 아저씨"의 아내도 현재 은명이의 여자친구를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 도동리처럼 작은 동네에서 벌어지는 이 운명 같은 인연이 마냥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아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관식과 애순의 사랑으로 시작된 "폭싹 속았수다"의 이야기에서 이제 그들의 아이들까지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긴 흐름 속에서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감상 포인트 (스포일러 포함)
감상 포인트 1. [9화] 마음에 드는 장면
"은명이가 부모님께 여자친구를 소개하는 장면"
은명이가 평소 즐겨보던 ‘맥가이버’ 시간인데도 방에서 나오지 않자, 애순은 뭔가 수상함을 느낀다. 결국 애순과 관식은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그 안에는 키가 작은 여학생이 앉아 있었다. 은명이는 애순과 관식에게 그 아이를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당당히 소개한다. 사실 애순과 관식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비한다면 은명이는 나은 건지도 모르겠다. 요즘 시대라면 연애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는 일이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은명이 살던 1980~90년대에는 연애가 엄격하게 관리되던 사적인 영역이었다. 부모의 허락 없이는 데이트조차 쉽지 않았던 시절, 그 속에서 벌어진 이 장면은 너무나 귀엽고 재밌게 느껴졌다. 지금의 우리 부모님 세대도 저런 연애를 했을까 싶어 새삼스럽다. 동시에 그 시대의 연애 방식에 대한 호기심도 들게 했다. 어른들이 금기시하던 사랑을 향한 은명이의 당당함이 인상 깊게 느껴졌다.
감상 포인트 2. 금명이의 명대사
"추풍에서 춘풍으로"
금명이가 아르바이트하는 영화관에서 영화 포스터를 그리는 충섭과 월셋집 딸이 싸우는 사이에 끼어 난처해진 순간에 금명이가 속으로 내뱉는 말이다. 금명이는 월셋집 딸에게 무시당하는 말을 듣게 되고, 충섭은 금명이에게 존중 어린 태도를 보여준다. 이 대사는 금명이의 감정이 기존 남자친구에서 충섭에게로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음을 암시한다. 추운 가을 같던 마음이 봄바람처럼 따뜻해지는 순간, 감정의 전환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대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벌써 다음 화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감상 포인트 3. [9화]가 말하는 메시지
"피할 수 없는 봄날"
봄날은 사랑이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계절처럼,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사랑의 시작을 상징한다. 은명이의 연애뿐 아니라, 금명이 역시 월세방에서 새로운 인연의 기류를 느끼게 된다. 미국에서 돌아온 남자친구 대신, 월세 주인집 딸의 남자친구 ‘박충섭’과의 교차된 시선 속에 또 다른 사랑의 시작을 예고하며, 인연은 때론 예기치 않은 방향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쉬운 점
조금은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빠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은명은 매일 "돈" "돈"을 외치며 밖으로 돌아다닌다. 철용이라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은명이에게도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에 대한 장면 설명이 9화에서 등장하고 다른 이야기를 설명할 때에도 이와 같은 장치를 드라마에서 사용한다. 짧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구조에서는 이와 같은 장치는 아주 잘 작동하는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도 깔끔하다. 하지만 은명이와 그의 여자친구가 조금 더 가까이 보낸 시간을 조금만 더 추가해서 암시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