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를 봐야 하는 이유
넷플릭스 드라마를 생각하면 재미의 여운이 크거나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머리에 오래 기억이 되었다. 반면 "폭싹 속았수다"와 같은 경우, 오랜만에 제대로 된 드라마를 본 기분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애순"이와 "관식"의 아프고 힘든 상황을 이겨나가는 성장과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갈등과 감정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요즘 같은 차가운 시대에 이런 드라마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체 줄거리 (스포일러를 포함하지 않음)
제주도에서 자란 애순과 관식의 만남과 성장 그리고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애순은 제주도에서 어린 시절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관식은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며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처음에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점차 서로가 느끼는 아픔과 갈등을 해결하고 서로를 바라보며 성장하고 변화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을 통해 삶에 진지하고 현실적인 면을 아주 잘 다룬 제주도를 배경으로 만든 두 사람의 애틋한 이야기이다.
기본정보
장르: 로맨스, 가족, 휴먼, 청춘, 드라마
출연: 아이유(이지은) 박보검, 문소리, 박해준
연출: 김원석
극본: 임상춘
드라마 vs. 현실 비교
폭싹 속았수다에서 금명이의 “은명이네 외갓집은 할아버지라도 부자잖아”라는 말은 부모에게 큰 상처가 된다. 관식은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제대로 해준 게 없다는 자책감에 결국 무리해서 임대 건물을 계약하며 ‘사고’를 치고 만다. 자식들의 말 한마디가 부모의 자존심과 감정을 건드리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90년대는 IMF로 인해 일자리와 생계가 위협받던 시절이었고, 2000년대 초반은 서서히 회복되던 시기였지만 여전히 서민의 삶은 팍팍했다. 그리고 2025년인 지금은 기술은 발전했지만, 집값과 물가, 고용 불안으로 인해 체감 경제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시대는 변했지만, 돈과 생계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가족을 흔드는 핵심 요소로 남아 있다. 이 장면은 그런 세대와 시대의 압박, 그리고 가족 간의 오해와 아픔을 현실적으로 비춰주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15화 리뷰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관식이 새로 구매한 건물은 가족이 함께 다시 시작할 식당이 되었고, 이는 애순과 관식이 인생 2막을 열기 위한 상징 같은 공간이었다. 금명이는 봄날 아기를 낳았고, 그 출산 과정은 위기와 고통이 뒤따랐다. 이 순간 금명이는 무통 주사 하나 없던 시절, 자신을 낳기 위해 고통을 견딘 엄마 애순을 떠올리며 부모의 사랑과 헌신을 깊이를 실감한다. 특히 은명이를 낳으러 병원에 갈 때 자동차가 없어 리어카를 타고 가야 했던 엄마의 사연은, 그 시대의 고단함과 부모의 희생을 더 또렷이 되새기게 만든다. 아기의 탄생은 한 세대의 수고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감동적인 장면이었고, 관식은 이제 자신이 ‘부자 할아버지’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관식과 애순은 ‘성실’과 ‘의지’를 무기로 삼아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이는 가족이 함께 다시 희망을 품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봄이 새로 시작되는 그 따뜻하고 강인한 계절처럼 가족은 굳세어져 갔다.
감상 포인트 (스포일러 포함)
감상 포인트 1. [15화] 마음에 드는 장면
"대스타 정미인이 애순이 식당에 방문한 장면"
1987년 8월 어느 날, 자살을 시도하려다 관식에게 구조된 유명 연예인 정미인은 자신이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세상과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했다. 물에 빠진 후에도 얼굴을 가리느라 바빴고, 그런 그녀를 위해 관식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점퍼를 벗어 얼굴을 덮어준다. 그 장면은 단순한 구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연예인을 들추려는 시선과 달리, 관식은 그녀의 인간적인 고통을 먼저 이해하고 배려했다. 그 은혜를 잊지 못한 정미인은 1993년 12월에 다시 제주도로 관식을 찾아왔지만, 그때도 관식은 도움받을 일이 없다며 거절한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관식과 애순이 새롭게 식당을 열었을 때, 정미인은 그 은혜를 갚고자 식당을 찾아온다. 이는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주는 날’처럼 순수하고 선한 삶을 살아온 사람에게 결국 좋은 날이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무런 대가 없이 베푼 관식의 선의가 시간의 강을 건너 결국 돌아온 이 장면은, 이 드라마가 지닌 따뜻한 인생의 순환과 보상의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감상 포인트 2. 학씨 아저씨의 명대사
"너만 생각있냐? 나도 생각 있어"
이 말은 학씨 아저씨가 아내에게 말했던 말이다. 철용이 때문에 은명이가 감옥에 갔을 당시, 가족에게는 무뚝뚝하고 무책임하게만 보였던 학씨 아저씨지만, 사위 은명이를 위해 경찰을 찾아가 부탁도 하고, 끝내는 경찰서까지 찾아가며 버텨낸다. 평소에는 거칠고 무심한 모습이었지만 이 대사를 통해 자식과 가족을 향한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을 뿐, 마음 한구석에는 가족을 위한 생각이 있었던 아버지였다. 결국 그의 행동 덕분에 철용이를 잡을 수 있었고, 아저씨의 반전된 인간적인 면모는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안겨주는 장면이다. 끝까지 미운 사람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감상 포인트 3. [15화]가 말하는 메시지
"다시 봄"
이번 에피소드는 오랜 시련 끝에 맞이하는 봄처럼, 인생에도 다시 피어나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부모와 말싸움을 하던 금명이, 이 무렵 금명이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금명이의 따가운 말 한마디로 인해 관식은 ‘부자 할아버지’가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임대 건물을 구매해 식당을 연다. 초반엔 난항을 겪지만, 과거 은혜를 갚으러 온 유명 연예인 정미인의 방문 덕에 식당은 활기를 되찾고, 학씨 아저씨의 끈질긴 노력 끝에 철용이까지 붙잡힌다. 결국 이 드라마는 고난의 계절을 지나 다시 피어나는 봄처럼, 삶도 다시 시작될 수 있음을 따뜻하게 전해준다.
아쉬운 점
상황과 전개과정은 모두 머리로 그릴 수 있을 만큼 전달이 잘 되는 드라마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 연출 기법과 장면 전환이 신기하면서 대단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시간의 속도가 빠르게 전개되는 감도 있다. 그래서 자세한 설명보다는 인물 간 대사에서 우리는 상황을 짐작한다. 많이 아쉽지는 않았다. 그만큼 드라마가 풍성하게 잘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짧게 끝내기에 '폭싹 속았수다' 라는 드라마에 애착이 너무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