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를 봐야 하는 이유
넷플릭스 드라마를 생각하면 재미의 여운이 크거나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머리에 오래 기억이 되었다. 반면 "폭싹 속았수다"와 같은 경우, 오랜만에 제대로 된 드라마를 본 기분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애순"이와 "관식"의 아프고 힘든 상황을 이겨나가는 성장과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갈등과 감정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요즘 같은 차가운 시대에 이런 드라마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체 줄거리 (스포일러를 포함하지 않음)
제주도에서 자란 애순과 관식의 만남과 성장 그리고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애순은 제주도에서 어린 시절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관식은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며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처음에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점차 서로가 느끼는 아픔과 갈등을 해결하고 서로를 바라보며 성장하고 변화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을 통해 삶에 진지하고 현실적인 면을 아주 잘 다룬 제주도를 배경으로 만든 두 사람의 애틋한 이야기이다.
기본정보
장르: 로맨스, 가족, 휴먼, 청춘, 드라마
출연: 아이유(이지은) 박보검, 문소리, 박해준
연출: 김원석
극본: 임상춘
드라마 vs. 현실 비교
애순이의 할머니가 흔들리는 애순이의 이빨을 직접 뽑아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지금 세대에겐 낯설고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예전에는 병원이나 치과에 쉽게 가지 못하는 환경이 많았기에 집에서 가족이 직접 이빨을 뽑는 일이 흔했다. 나도 어릴 적엔 엄마나 아빠가 실로 묶어 흔들리는 이를 잡아당겨 뽑아주셨던 기억이 있다. 이 장면은 옛날 방식의 정겨운 풍경을 떠올리게 해 주었고, 관식이까지 이 장면에 함께하는 모습은 웃기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요즘은 치과가 워낙 보편화되어 이런 장면은 상상하기 힘들다. 참고로 우리나라 최초의 치과는 1907년 서울에 문을 연 ‘세브란스 치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치과가 보편화된 건 1980년대 이후다. 이처럼 일상 속의 변화가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는 점에서, 이 장면은 단순한 과거의 재현을 넘어 그 시대의 삶을 진하게 전달해 준다.
12화 리뷰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제주로 돌아온 금명이는 매일같이 엄마 애순이 진수성찬을 차려주며 딸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한다. 금명이는 그런 엄마의 마음을 받으며 행복한 한계를 느낀다. 매일 배가 터질 정도로 애순이 금명이에게 많은 요리를 해주기 때문이다. 어느 날 관식이는 딸을 일찍 깨워 배에 태우고 바다로 나가 아침 해를 보여준다. 이는 아빠가 딸을 얼마나 사랑하고 지지하는지 보여주는 감동적인 장면이다. 부모란 언제나 자식 곁에 배를 띄우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공부, 스펙, 직장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우선되며 가족 간의 애틋한 유대는 점점 사라져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순이와 관식이처럼 자식을 위해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는 부모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이 장면은 가족이 주는 진짜 위로와 사랑이 무엇인지 되새기게 해주는 중요한 에피소드이다.
감상 포인트 (스포일러 포함)
감상 포인트 1. [12화] 마음에 드는 장면
"금명이가 회복하고 다시 자취방에 돌아와 재정비를 하는 모습"
제주도에서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듬뿍 받고 돌아온 금명이는 자취방으로 돌아와 얼어붙은 냉장고를 정리하고 방 안을 청소하며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일상처럼 보이지만, 금명이 마음속 깊은 상처와 응어리를 조금씩 털어내고 있다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정리되지 않았던 방을 하나씩 치우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 얼어붙었던 마음이 천천히 녹아내리는 순간을 함께한 것 같아 따뜻했다.
감상 포인트 2. 관식의 명대사
"엄마, 아빠 항시 네 옆에 배 띄우고 있어"
관식의 이말은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을 가장 따뜻하게 보여주는 대사다. 배고프면 두 번도 생각 말고 제주도로 오라는 이 말은 단순한 권유가 아니라, 언제든 딸을 위해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표현이다. 혼자서도 잘해보려 애쓰던 금명이는 부모님 곁에서 비로소 숨통이 트이고, 얼어붙은 마음이 녹아든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언제나 배를 띄우는 사람들이다.
감상 포인트 3. [12화]가 말하는 메시지
"미워도 내사랑"
애순이는 금명이의 청첩장을 마을 사람들에게 돌리지 않았다. 파혼할 것을 미리 알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애순은 금명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키운 엄마이기 때문이다. 부모란 존재는 자식이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실수를 하든 결코 등을 돌리지 않는다. 금명이는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이고 싶었겠지만, 사실 부모에게 자식은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하다. 파혼을 해도, 취업을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놓고 제주로 돌아와도 애순과 관식은 금명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지지한다. 이 드라마는 그 무조건적인 사랑이 얼마나 깊고 단단한지를 보여주며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애순은 다시 자취방이 있는 서울로 돌아갔다. 그리고 사랑하는 부모님을 위해 작은 선물을 집에 두고 떠난다.
아쉬운 점
관식과 애순이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 금명이와 은명이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적이고 부모와 자식의 겪는 감정과 갈등을 잘 그려냈다. 하지만 드라마 초반부와 12화 쯔음에야 할머니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못내 나는 아쉬웠다. 애순이 할머니도 조금 더 크게 그려줬다면 좋았을걸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