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를 봐야 하는 이유
넷플릭스 드라마를 생각하면 재미의 여운이 크거나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머리에 오래 기억이 되었다. 반면 "폭싹 속았수다"와 같은 경우, 오랜만에 제대로 된 드라마를 본 기분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애순"이와 "관식"의 아프고 힘든 상황을 이겨나가는 성장과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갈등과 감정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요즘 같은 차가운 시대에 이런 드라마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체 줄거리 (스포일러를 포함하지 않음)
제주도에서 자란 애순과 관식의 만남과 성장 그리고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애순은 제주도에서 어린 시절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관식은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며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처음에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점차 서로가 느끼는 아픔과 갈등을 해결하고 서로를 바라보며 성장하고 변화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을 통해 삶에 진지하고 현실적인 면을 아주 잘 다룬 제주도를 배경으로 만든 두 사람의 애틋한 이야기이다.
기본정보
장르: 로맨스, 가족, 휴먼, 청춘, 드라마
출연: 아이유(이지은) 박보검, 문소리, 박해준
연출: 김원석
극본: 임상춘
드라마 vs. 현실 비교
금명이는 남자친구 생일을 맞아 그의 집을 방문한다. 마침 남자친구 어머니도 와 있었고, 예상치 못한 대면에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금명이는 미역국을 담다가 실수를 하는데, 남자친구 어머니는 이를 가차 없이 지적하며 금명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반면 남자친구는 그런 긴장감도 모른 채 혼자만 들뜬 모습이다. 이런 장면은 과거 연애에서 가족의 역할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 지금은 연인 간의 독립적 관계가 강조되고 부모 개입도 훨씬 적은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결혼 전 부모 평가’라는 현실은 남아 있어, 이 장면은 시대를 넘어 공감되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잘 담아낸다.
10화 리뷰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젊은 날의 나는 내가 꽤 잘난 사람이라 믿었다. 아마도 그것은 그 시절에만 가능한 어리석은 자신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동시에 내게 도전 앞에서의 두려움을 줄여주는 무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금명이를 보면서 그녀의 말과 행동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사람들의 시선, 사회의 틀, 설명할 수 없는 상처들이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를 흔들고, 결국 사랑하는 부모에게 차갑게 굴게 만들기도 하니까. 금명이의 날 선 말투 속에서도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금명이가 성장하는 모습은 곧 내 과거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모두가 금명이처럼 성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진짜로 성장하는 사람은 결국 그렇게 금명이처럼 아프게 부딪히고 당당하게 행동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애순이가 그랬고, 관식이도 그랬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 날은 분명 꽃이 피는 날도 찾아올 것이다. 그 믿음이 이 드라마가 주는 가장 따뜻한 위로였다.
감상 포인트 (스포일러 포함)
감상 포인트 1. [10화] 마음에 드는 장면
"충섭과 금명이가 국수 먹는 장면"
금명과 충섭이 포장마차에서 국수를 먹으며 대화하는 장면이 유독 마음에 남는다. 요즘 길거리에서 포장마차를 보기 힘든 시대에, 그런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대화는 마치 잊고 있던 감정의 기억의 조각들을 건드린다. 포장마차 국수를 나눠먹으며 서로의 생각을 터놓는 그 모습은 단순히 국구를 먹는 게 아니라 마음을 공유하는 자리이다. 금명이는 충섭을 꿰뚫어 보듯 질문하고, 충섭은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는 금명이가 신기하게 느껴진다. 과거의 청춘과 지금의 내가 겪는 고민이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사라지는 풍경들 속에서도 사람 사이의 진심은 그대로라는 걸 보여주는 국수의 국물처럼 따뜻한 장면이었다.
감상 포인트 2. 애순(문소리)의 명대사
"뒤 통수에도 눈이 달려야 엄마를 하는 거야"
이 말은 제삿날, 애순이 가족과 나눈 회상 속에서 전광례가 보여준 놀라운 직감과 모성애를 설명해 준다. 어릴 적 버스 정류장에서 애순은 다리를 다친 여인이 부탁한 돈을 들고 트럭을 쫓아간다. 그러나 그 상황은 아이들을 노리고 아이들을 납치해서 팔아버리는 그들이 만든 함정이었다. 다행히도 어디에선가 전광례 즉, 애순의 엄마가 나타나 이상함을 감지하고 애순의 팔을 붙잡는다. 그녀의 본능적 판단이 아니었다면 애순에게도 끔찍한 일이 닥쳤을 것이다. 과거 실제로 존재했던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비추는 동시에, 엄마란 단지 아이를 돌보는 존재가 아닌, 어떤 위험에서도 자식을 지켜내는 강한 존재임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감상 포인트 3. [10화]가 말하는 메시지
"엄마의 생각"
충섭은 영화관 간판과 포스터를 직접 손으로 그리는 일을 한다. 요즘처럼 디지털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시대와 달리,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을 손으로 만들어야 했고, 그것은 예술에 가까운 노동이었다. 그런 직업을 창피하게 여긴 충섭은 엄마에게 자신의 일을 숨기지만, 정작 엄마는 아들을 자랑스러워한다. 또 한편, 연탄가스에 중독될 뻔한 금명은 애순에게 구조된다. 그리고 예전에 애순은 다시 자신의 엄마에게 기적처럼 구조된 적이 있다. 자식의 위험을 직감으로 알아채고 달려오는 엄마들의 모습은 감동을 준다. 이 드라마는 부모의 사랑, 특히 엄마라는 존재가 가진 본능적이고 절대적인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깨닫게 해 준다.
아쉬운 점
넷플릭스라는 폼의 특성상 에피소드가 길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연출과 장면 구성은 짧은 에피소드의 구성에 맞게 제작이 된다. 이렇게 좋은 드라마를 16부작으로만 구성한다는 게 매우 아쉽게 느껴지는 점이고 인물들의 감정과 이야기들을 몇 편이라도 조금 더 즐기고 싶다는 여운이 남았다. 10화 또한 눈물 나게 만드는 에피소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