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0일,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엄지인 아나운서가 모교 연세대 한국어학당을 찾아 직장생활 꿀팁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한국 문화를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엄지인 아나운서의 '엄꼰대'식 조언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직장생활에서 선배와 후배 관계, 이번 글에서는 엄지인 아나운서 특강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시대가 변하면서 함께 바뀌어야 하는 K-직장문화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Dano입니다. 최근 넷플릭스 '케데헌(케이팝데몬헌터스)'를 비롯해 K-팝과 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뜨겁습니다. 개인적으로 외국인 친구들과 한국의 일상과 문화를 자주 이야기하는 저에게,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접한 영상 하나는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바로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한 엄지인 아나운서 편이었죠.
우리에게 '우리말 겨루기'로 익숙한 엄지인 아나운서는 모교인 연세대 한국어학당을 찾아가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와 관심을 가진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 회사에 취직했을 때 도움이 될 만한 직장생활 꿀팁을 가르쳐주는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특강의 내용은 제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시대착오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에만 치우친 강의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가 지향하는 바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저와 함께 '직장생활 일타강사' 엄지인 아나운서의 특강을 파헤쳐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안돼요'... 시작부터 불편한 특강
특강 시작 전, 엄지인 아나운서는 강의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수업 시간 중 모자를 쓰거나 선글라스를 머리에 올리는 행동은 '한국에서는 안된다'라고 단정 지어 말했습니다.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지적이었죠. 물론 엄지인 아나운서 본인과의 수업에서는 괜찮지만, 회사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지만, 애초에 '대학'이라는 자유로운 공간에서부터 개인의 스타일을 지적하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전현무, 박명수, 김숙 등 패널들의 반응은 저와 같았습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게 왜 안 되냐?"라며 의문을 제기했죠. 모든 사회의 기준이 엄지인 아나운서의 말에 맞춰져야 하는 것은 아닐 텐데 말입니다. 한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배우러 온 유학생들에게 '무조건 안 된다'라고 단언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폭넓은 문화를 오해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어학당이란?
한국어학당은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체험하려는 외국인들을 위한 교육 기관입니다.
주로 대학교 부설 어학원으로 운영되며,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한국어 실력 향상을 돕고, 한국 사회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서강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운영하는 어학당들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것을 넘어, 한국 친구를 사귀고 한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어학당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필수적인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선배'와 '고생했어'에 담긴 시대착오적 메시지
엄지인 아나운서는 "전무후무 오직 자신만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치며 특강을 시작했습니다.
그 첫 번째 꿀팁은 '선배'와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먼저, '선배'라는 단어의 의미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선배'는 자신보다 먼저 같은 분야에서 일하거나 공부를 시작한 사람을 뜻합니다. 특히 K-팝 아이돌 문화 속에서 'SBN(선배님)'이라는 단어가 흔히 사용되면서 외국인들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엄지인 아나운서는 '선배가 "고생했어"라고 말하면 후배는 "네!"라고 대답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학생들은 짧은 대답은 성의 없어 보일 수 있다며 'X'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엄지인 아나운서가 제시한 모범 답안은 저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모범 답안:
- "네 선배님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 "오늘 힘드셨죠?!"
- "선배님 대단하세요! (엄지척!)"
- "다 선배님 덕분입니다."
심지어 선배가 말하기 전에 후배가 먼저 "선배님 고생하셨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주입식 강요는 스튜디오의 전현무마저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니잖아!"라고 소리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선배의 노고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존경을 표하는 것은 아름다운 미덕입니다. 하지만 '누가 먼저 말해야 하는지', '어떤 문장으로 대답해야 하는지'를 정해놓고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가르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입니다.
현재의 직장문화는 상하 관계보다는 동료로서의 존중과 수평적인 소통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마치 정해진 대본처럼 행동해야만 사랑받는 후배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오히려 소통의 단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미 한국 사회는 이런 '라떼는 말이야'식의 문화에 지쳐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의 직장생활 꿀팁이라며 과거의 학습된 내용을 강요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직장생활 꿀팁 - '선배는 하늘이다'
두 번째 특강 내용은 식사 예절이었습니다. '선배와 함께 중국 식당에 가서 선배가 짜장면을 주문했다면, 후배인 나는 탕수육을 주문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엄지인 아나운서는 단호하게 "안된다"라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돈을 내겠다고 해도 안된다고 했죠. "선배가 사주겠다고 했는데, 감히 선배의 기쁨을 후배가 망치는 것"이라는 논리였습니다.
이 역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무시하는 권위적인 발상입니다. 물론 예전에는 선배가 메뉴를 정하고 후배는 따르는 분위기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동료와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 편안하고 자유롭게 메뉴를 고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선배가 계산하더라도 후배의 입맛을 존중하는 것이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방법이죠.
스튜디오의 이정민 아나운서가 "아예 처음부터 탕수육, 유린기, 깐풍기를 주문하면 된다"고 의견을 더하자, 엄지인 아나운서는 "돈 많이 버시나 보다"라며 비아냥거렸습니다. 이에 전현무는 "짜장면만 사 주는 그 자리 자체가 별로"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이번 특강의 핵심은 결국 '선배는 하늘이다'라는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엄지인 아나운서는 특강을 마치며 이 말을 강조했습니다. '선배는 하늘이고 후배는 땅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후배는 인격적으로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 아닌, 선배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 같아 매우 불편했습니다.
유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엄꼰대' 특강이 아니다!
엄지인 아나운서가 준비한 특강은 '특별한 강의'라고 부르기에는 준비성이 부족하고, 내용 자체가 매우 편협했습니다.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배'에게 사랑받는 방법이 아닙니다. 한국 사회의 다양성과 변화하는 직장 문화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12년 넘게 '우리말 겨루기'를 진행하며 쌓은 한국어에 대한 깊은 지식으로, 외국인들이 어려워하는 한국어 문법이나 표현을 상황에 맞춰 재미있게 풀어주는 강의였다면 훨씬 더 가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럴 때는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이러한 문화도 있지만, 요즘에는 이렇게 바뀌고 있다'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이번 특강은 마치 1980년대 직장생활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때는 그랬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MZ세대는 수직적인 관계보다는 수평적인 소통을, 강요된 예의보다는 진정성을 원합니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직장문화도 함께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과거의 틀에 박힌 사고방식으로 한국 직장생활의 전부를 가르치려 했던 엄지인 아나운서의 모습은 씁쓸함을 남겼습니다.
저는 이번 특강을 본 유학생들이 한국의 직장문화에 대해 오해하거나 실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엄지인 아나운서 특강의 내용이 한국 직장생활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는 존중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