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기대감에 미치지 못한 《위키드: 포 굿》! - 엘파바보다 글린다가 빛난 이유
유니버설 픽처스의 연말 야심작이자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뮤지컬 영화 "《위키드》"의 대망의 파트 2, 《위키드: 포 굿 (Wicked Part Two: For Good)》이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파트 1이 선사했던 압도적인 스케일, 귀를 사로잡는 넘버, 그리고 신시아 에리보(엘파바)와 아리아나 그란데(글린다)의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로 인해 이번 '포 굿'에 대한 기대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과연 파트 2는 이 거대한 기대를 충족시키며 오즈의 마법 세계에 '착한' 마침표를 찍었을까요? 아쉽게도 많은 관객과 평단의 평가는 기대치 '이하'라는 결론에 수렴하는 듯합니다.

🎬 전편의 감동과 웅장함, 그리고 캐릭터의 서사를 잊은 파트 2
파트 1은 엘파바의 아웃사이더로서의 상처, 글린다와의 우정을 통한 자기 수용, 그리고 오즈 세계의 어두운 진실을 깨닫는 과정을 웅장하고 유려한 군무와 음악 속에 녹여내며 하나의 현상(Phenomenon)이 되었습니다. 특히 'Defying Gravity'와 같은 절정의 넘버는 감정을 움켜쥐는 힘을 발휘했죠.
하지만 "《포 굿》"에서는 이 모든 장점이 힘을 잃었습니다.
영화는 희망이 사라진 각자의 세계를 비추면서 시작하며, 엘파바는 혁명가처럼 행동하지만 오즈 시민들의 냉대 속에서 고립됩니다.
글린다는 가짜 마법사 정권의 얼굴마담이 되어 프로파간다에 이용당하고, 피에로와의 결혼을 앞둔 상황에 놓입니다.
파트 2의 정서는 "진실은 논리나 사실이 아닌 모두가 원하는 것"이라는 마법사의 대사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모든 캐릭터가 '진실'과 거리를 둔 채 각자의 불행으로 미끄러져 가지만, 파트 1에서처럼 캐릭터의 감정에 공들인 깊은 탐구는 부족합니다. 전편의 느긋하고 역동적인 흐름 대신, 다급하게 갈등을 증폭시키려는 전개가 주를 이루며 전반적으로 "너 왜 그래?"라고 되묻게 되는 밋밋함을 남깁니다.
🎶 "포 굿"에서 대표할 넘버는 무엇인가?
뮤지컬 영화의 심장인 넘버(Number)에서 파트 2는 가장 큰 아쉬움을 남깁니다.
전편의 'Defying Gravity'처럼 관객의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노래를 꼽자면, 굳이 따져 'For Good' 정도가 유일합니다.
두 곡의 신규 넘버가 추가되었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막으며 러닝 타임만 늘리는 느낌을 줍니다. 넘버들이 독립적인 노래로서의 힘이나 대표성을 갖추기보다는, 인물의 대사가 단순히 노래로 전환된 듯한 인상을 주어 뮤지컬로서의 역동성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 글린다의 아리아나 그란데의 연기는 최고, 하지만!
흥미롭게도, "《위키드: 포 굿》"은 엘파바의 영화가 아닌 글린다의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엘파바는 독재를 향한 저항의 동기가 명확하게 탐구되지 않은 채 영화 내내 '빡쳐 있고 정체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반면, 아리아나 그란데가 연기하는 글린다는 입체적입니다. 정권의 앞잡이로 살면서도 어쩔 수 없는 자기 부정을 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아리아나 그란데는 훌륭하게 표현해냅니다. 그녀는 이 세계관에서 '선(善)'이 무엇인지 유일하게 고찰하는 캐릭터이며, 스토리나 러닝 타임 점유율 면에서 파트 2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역설적으로 엘파바의 존재감이 약해지고, 1편에서 쌓아 올린 글린다와 엘파바의 우정과 감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두 마녀의 친밀감이 희미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 오즈 세계관의 불균형과 흐릿한 줄거리
파트 2는 오즈의 마법사 캐릭터들이 어떠한 이유로 양철 나무꾼, 겁 많은 사자, 허수아비가 되었는지 위키드만의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피에로의 순교 서사, 깡통이 되어버린 보크 파트 등은 마음을 건드리지만,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급진적입니다.
- 엘파바 동생 네사의 이야기 (동쪽 마녀): 네사가 동쪽 마녀인 듯 아닌 듯 애매한 포지션을 취하며, 도로시에게 구두를 빼앗기는 과정의 맥락은 약화되었습니다.
- 보크와 피에로의 이야기: 두 캐릭터가 마음이 향하는 대로 갈 길을 가지만, 이들의 변모가 서브플롯(sub-plot)의 변모를 넘어 전체 줄거리의 통일성을 해치고 부산스럽게 만듭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급진적인 전개가 엘파바의 죽음과 생존의 과정, 동물들의 억압과 해방 같은 주요 정치적 메시지까지 다소 생략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원작의 클라이맥스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충분히 납득하고 감동할 '예열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 힘빠진 위대한 마법사 오즈와 마담 모리블
전편에서 강압과 인권 탄압의 중심에 있던 위대한 마법사 오즈와 그의 계략가 "마담 모리블(양자경)"의 활약도 미비합니다.
오즈는 초반에 동물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키는 면모를 보이지만, 이후 갑작스러운 세계 변화와 시민들의 대사로 인해 그의 캐릭터성은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 채 급단락 됩니다. 마담 모리블 역시 전편의 계략적인 면모 대신, 갑작스러운 마법으로 도로시를 오즈 세계로 끌어들이는 장치로만 기능하며 존재감이 약해졌습니다.
✨ 결론: 그래도 "《위키드》"를 봐야 하는 이유
"《위키드: 포 굿》"은 한 편의 영화로서 파트 1이 쌓아 올린 기대치와 완성도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시각적인 완성도 역시 글린다의 핑크와 에메랄드 그린의 쨍한 색감이 세피아톤과 블루톤으로 흐릿해지고 동물 CGI가 어색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파트 1을 감명 깊게 보았고, 이 캐릭터와 세계관, 노래들을 즐겼다면 당연히 볼 만한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진짜 악은 없는 영화'를 표방하며, 결국 글린다가 오즈의 정당한 지도자가 되는 'For Good'의 의미를 마무리 짓습니다.
"《위키드》"의 세계관과 캐릭터가 가진 힘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