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에서 공돌이가 되기까지
현재 나는 내가 원하던 디자인 직무를 그만두고 자동차 부속 공장에서 생산직을 맡아 일하고 있다. 흔히 '공돌이'라고 불리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예전의 나처럼 '공장에서 일하게 된 사람'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내가 이제는 오히려 이 선택 덕분에 삶이 나아졌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고 싶거나, 현실의 벽 앞에서 방황 중이라면 이 글이 작은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솔직한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의 전환점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공돌이란?
' 과거에는 공장에서 일하는 남성을 '공돌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 단어가 때로는 친근하게 쓰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직업이나 사람들을 낮춰 보거나 고정관념을 심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디자이너로 살았던 나
나는 화려한 디자인 회사를 다니진 않았다. 쇼핑몰 상세페이지를 만들고, 스튜디오에서 배너와 촬영 편집을 했으며, 키오스크 회사에서 UI 요소들을 디자인했다. 겉보기에 멋져 보였지만, 실제 내 일상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의 연속이었다. 제품 사진 교체, 가격 수정, 이벤트 배너 제작 등. 창의보다는 반복, 도전보다는 대체 가능한 업무들이었고, 나는 점점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디자인을 그만둔 이유
- 반복된 작업: 성장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창의는 점점 죽어갔다.
- 낮은 급여: 시급 수준의 급여.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란 자괴감도 들었다.
- 늘지 않는 실력: 환경 탓만은 아니었다. 나도 부족했다. 그래서 도망쳤다.
공돌이로의 전환
디자인으로는 더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아르바이트처럼 불안정한 일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뻔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선택, 공장에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자동차 부속을 만드는 공장에 최종 취업하게 되었고, 그렇게 나는 '공돌이'가 되었다.
처음 공장에 들어섰을 때,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은 벽에 부딪혔다. 면접을 보면 빠지지 않고 듣던 질문, "왜 이런 경력으로 여기에 오셨죠?". 무시당하는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쉽게 들어갈 수 있었던 일이라 생각했던 공장인데, 이제는 '끈기 없는 젊은 애들'이란 프레임으로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렇게 무시하던 일로부터 오히려 내가 무시받게 되었다.
새로운 시작
어렵게 들어간 공장은 힘들었다. 육체적으로 피곤했고, 처음엔 굉장히 낯설었다. 하지만 곧 내 삶에 변화가 생겼다. 월급이 300만원을 넘고, 상여금과 휴가비도 있었다. 이전 디자인 일을 할 때 180~220만원을 받던 것과 비교하면 경제적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고, 정신적으로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디자이너 vs 공돌이: 비교
- 디자인의 장점: 자본이 없어도 실력만 있으면 가능성은 무한하다. 단, 작은 회사에서의 디자이너는 저평가되고, 잡무가 많다.
- 공돌이의 장점: 퇴근이 명확하고, 일의 경계가 분명하다. 노력에 따른 급여 상승 여지도 있고, 안정적이다. 단, 육체적 피로와 직업적 미래는 단점일 수 있다.
내 경우, 특별한 스펙 없이 안정적인 수입과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내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공돌이라는 직업이 나에게 주는 의미
처음엔 창피했다. 실패자 같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내 직업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달라졌다.놀지 않고, 돈을 벌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로 내 인생이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통장에 돈이 쌓이고, 생활이 안정되고, 나는 다시 삶을 바라볼 힘을 얻게 되었다.
나의 인생, 그리고 앞으로
디자이너였던 나는 공돌이가 되었고, 점차 마음을 회복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 경제적 여유: 불안에서 벗어났다.
- 인식의 변화: 어떤 일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 자신감 회복: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확신.
이제는 책도 읽고, 영어도 공부하며, 돈과 인생에 대한 시야를 넓혀가고 있다. 당장 퇴사해서 인플루언서가 되겠다는 꿈은 없다.
하지만 이 일을 통해 재정적으로 안정되고, 다시 디자인이라는 꿈에 접근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나는 느림보 거북이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도 이긴다. 이곳이 끝이 아니다. 내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 이 회복의 여정과 나의 성장 이야기를, Dano Life라는 이름으로 천천히 공유해보려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의 마음에도 작은 움직임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