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버스
다차원 우주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 이외에 존재하는 다른 우주를 말한다. 이는 마블이 영화를 제작한 이후로 더욱 많이 활용하고 있는 소재이다. 물론 마블 원작 코믹스에서도 멀티버스에 대해서는 꾸준히 사용하고 작품에 녹여 보여주고 있다. 방대한 내용들을 다루기 때문에 이해를 하고 있는 오랜 팬들에게는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소재이지만 처음 멀티버스를 겪어야 하는 다른 관객들의 입장에서 멀티버스는 진입장벽과 불편한 요소 작용한다. 내가 사는 우주 이외에 어딘가 있을 또 다른 나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는 닥터의 옛 연인 크리스틴 팔머의 결혼식으로 시작한다. 전작에서 닥터와 사랑에 대한 감정을 갖고 있던 관계였지만 뉴욕에 집도 있고 수술 실력까지 뛰어난 스트레인지가 단 하나 갖지 못한 것이 크리스틴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스트레인지처럼 직업이 좋거나 돈이 많은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스트레인지를 동정하게 된다. 잘난 척하며 기분 나쁜 점을 가진 사람이지만 실력만큼은 뛰어난 게 사실이라서 얄미운 캐릭터가 스트레인지이다. 볼 수 록 얄미운 캐릭터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인생에서 추락을 겪고 난 이후에 자신의 곁에 있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우주에서는 크리스틴과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멀티버스의 다른 우주 이야기는 어떨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닥터가 사건에 휘말리며 여행하게 된 다른 차원의 우주에서도 그는 크리스틴과 함께 하지 못했다. 전작의 영화와 이후 두 번째 후속 작품을 봐도 정말로 이 사람을 마음에 들 수 없는 캐릭터가 닥터 스트레인지이다. 그럼에도 항상 곁에서 간호하고 보살피고 그 누구보다 응원해 주고 격려해 준 사람은 크리스틴이었다. 다른 우주로 떨어져 또 다른 닥터를 찾으러 가던 닥터가 다른 우주의 크리스틴을 만났을 때, 기분은 무엇으로 딱 말하기 어려울 만큼 감정이 복잡해지며 가슴이 아팠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후회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어떠한 모습이라도 과거의 자신을 쉽게 용서하거나 끌어안을 수 없을 것이다. 반성하고 모습이 바뀌었을 때, 이미 늦은 것이기도 하다.
만약 닥터가 자신의 실력에 자만이나 오만하지 않고 곁에 동료와 크리스틴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면 닥터의 우주는 지금과 다르게 흘러 갈 수 있었을까? 다른 차원의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가 닥터에게 퉁명스럽고 차갑게 말하는 순간 난 나 혼자 생각했다.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마! 차갑게 그 사람에게 닥터에게 그렇게 말하지 마! 이제 그 사람도 많이 변했어라고 생각했다. 여러 멀티버스에서 닥터는 지금의 닥터와 크게 다를 게 없을 만큼 결국 많이 닮고 유사한 점이 많았다. 이와 같은 것처럼 사실 누구보다 대단한 사람이 크리스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망토가 있다. 멀티버스를 지나며 망토는 찢어지게 되고 떨어진 우주에서 만난 크리스틴이 망토를 고쳐준다. 영화를 보다가 보면 잘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디테일이지만 망토에 찢어진 부분을 채운 것은 다른 우주의 크리스틴이 사랑한 닥터의 망토였다. 아무리 미워하게 되더라도 끝내 닥터를 생각한 사람은 다른 우주에서 만난 크리스틴도 마찬가지 였다.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또 다른 차원과 우주의 내 모습들이 많이 다를 수도 있지만 반면에 많이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도 생각해 준 장면들이었다. 결국 좋은 사람이 떠나가게 되는 것은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들을 멀리 하게끔 만들어 버린 내 실수라는 것을 영화 속 닥터 스트레인지를 보며 알 수 있었다. 오늘 하루도 결코 후회 없는 하루를 선택하며 살아가기를 나는 바란다.
대의를 위해
앞서 언급했듯이 다른 차원에도 또 다른 자신이 존재한다.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는 멀티버스를 다루며 동시에 같은 듯 다른 멀티버스 세계 속 캐릭터들을 다룬다. 여기서의 닥터 다른 우주에서의 닥터 그리고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의 닥터까지 대의를 위해 소수가 희생하는 것은 괜찮다고 말하는 닥터의 생각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의를 위해 닥터는 어떤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서 그의 면모가 드러난다. 역할과 자리를 생각하면 마블 영화의 시리즈에서 그리고 닥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서 닥터는 히어로이다. 하지만 그가 내리는 결단과 선택은 그가 소서러가 되기 이전이나 현재에도 어느 정도 유지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의를 위해 희생을 주저하지 않는 그의 결단이 옳은 일인가? 질문을 하게 만든다. 다른 히어로를 보면 명확한 경계를 느끼를 수 있는 반면에 닥터의 경우는 닥터의 캐릭터가 확고하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고 믿는 일은 해야 하는 성격에 다른 히어로와 대조를 했을 때. 선의적인 모습보다는 선과 악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 필요한 게 무엇인지 판단하고 그것이 필요하다 여겨지면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면을 보여준다. 어벤져스 전투에서도 대의를 위해 타임 스톤을 타노스에게 넒 겼다. 전투는 승리로 끝났지만 아이언맨의 희생이 있었다. 스파이더맨의 경우 멀티버스의 안전을 위해 사람들의 기억에서 스파이더맨은 지워지고 잊혔다.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는 절대적 선한 마법을 담은 마법서의 책이 소멸하게 되자 이에 대응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대되는 힘을 가진 마법서인 다크 홀드까지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 다른 것이 있다면 이전 닥터 스트레인지의 결정과 판단은 대의를 위해 무엇이든 희생했지만 그 주체가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멀티버스의 붕괴나 완다를 저지하기 위해서 자신이 스스로 다크 홀드를 사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 희생이 자신이 된다 해도 닥터는 결국 다크 홀드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미운 캐릭터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신경이 많이 쓰이는 캐릭터이다. 이 우주에서나 다른 우주에서나 크리스틴이 쉽게 닥터를 떠나지 않은 것은 크리스틴이 가진 성격이 좋은 것도 있지만 미워하고 내버려 두기에 닥터는 아까운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리뷰
마블의 영화에 어려운 점인 동시에 많은 가능성을 가진 것은 "멀티버스"이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점을 고려하게 된다면 그것은 바로 많은 캐릭터와 다양한 우주의 서사와 방대한 내용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용을 모르고 진입 장벽이 낮아도 이 수많은 캐릭터가 한 번에 한 영화에 등장한다는 것이 받아들이는 관객의 입장에서 수용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2의 경우만 확인해도 알 수 있다. 엑스맨의 "프로페서" 판타스틱 4의 리처드 박사, 캡틴 카터, 다른 우주의 캡틴 마블 등. 영화의 흐름이나 전개를 따라가는 것에 문제는 없지만 저 캐릭터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모른다면 몰입감은 떨어질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장치는 마블이 드라마와 영화를 잇는 동시에 드라마를 분리해내면서 드라마의 이야기와 영화가 연결되기 때문에 둘 중 어느 한쪽을 보지 않게 되면 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는지 캐릭터의 변화 인물 간의 갈등이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 모르게 될 수 있다. 이것에 대해 큰 불만은 아니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는 게 분명 사실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이해하려면 어벤져스를 이해해야 하고 전작 기존의 닥터 스트레인지와 드라마 완다비전까지 시청해야 한다. 그 점에서 많은 다양성을 다루는 마블이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것에 있어 분명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닥터가 만든 문제들로 인해서 닥터를 막기 위해 다른 캐릭터들의 동원이 필요했던 것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오직 완다 즉, "스칼렛 위치"와 닥터의 개입 사이에서 차베즈가 등장했다면 이야기는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가 궁금하다. 마블의 특징이기도 하며 캐릭터가 가지는 설정이 있다. 그것은 "아픔"이다. 닥터는 교통사고로 인해 의사에게 절대적인 손을 다쳤고 사랑한 사람과도 멀어지는 아픔과 슬픔을 겪었고 이 영화에 새로 등장하는 차베즈 역시 부모님과 떨어지게 되었고 무엇보다 완다의 경우 자신의 아들을 만날 수 없는 상실감을 가지고 있으며 비전까지 잃은 고통을 함께 지니고 있다. 이처럼 마블은 캐릭터들에게 큰 시련을 주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을 펼친다. 어느 하나 비슷한 점이 없지만 이런 이들의 모습이 실제 삶에도 투영되는 이야기들이고 실수와 반성은 우리 삶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한 내 생각이다.
닥터가 오만함에서부터 멀어져 반성하고 변화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우리의 삶에도 크고 작은 아픔은 존재하고 실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닥터처럼 후회를 일삼는 일은 하지 않으면 좋겠다. 이것은 매우 아프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도 마음 아픈 히어로였는데 나에게는 이런 닥터 스트레인지 마저 나를 아프게 만들지만 후회 속에서도 자신이 선택한 길로 앞으로 나아가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닥터의 모습을 보게 되면 잘난 척은 심하지만 결코 미워만 하게 되는 캐릭터는 아니다. 다시 한번 큰 경계를 넘은 닥터가 앞으로 자신이 만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게 될지 다음 마블의 영화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