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기본 정보
장르: 로맨스, 드라마, 청춘, 힐링
공개일: 2025년 2월 14일
공개 에피소드: 10부작
플랫폼: 넷플릭스
연출: 오충환
극본: 이나은
'멜로무비'를 감상해야 하는 이유
한 번쯤은 설레고, 한 번쯤은 인생을 살아가며 사랑을 나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판단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솔직해지고 때론 그 모험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늘 내 처지와 상황만 생각하다 보면 사랑은 뒷전이 되고, 일상과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마저 점점 멀어질지도 모른다. 내가 가보지 않은 길 위에 또 다른 해답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시도해보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 모든 과정과 결과가 늘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지도 않고 세상에 존재하는 감정들을 단정 지으며 살아가기엔, 이 우중충하고 흐린 세상 속을 나 혼자 버티기엔 너무나 벅차다. 꼭 사랑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나를 좋아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가끔은 그 선을 넘어보는 용기도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렇게 지루한 일상 속에서 활력과 에너지를 얻게 된다면, 세상은 좀 더 다른 방식으로 보이고, 다르게 작동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지도 모른다.
캐릭터 분석
고겸 (최우식):
고겸의 천진난만함은 자칫 사람을 가볍게 보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가벼움은 고겸만이 지닌 고유한 특성이자 장점이다. 장난처럼 보이는 그의 태도 이면에는 무비를 누구보다 깊이 생각하는 진심이 숨어 있다. 무비가 하지 말라고 했던 것은 지키려 하는 그의 태도는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무비에 대한 진심 어린 배려의 표현이다. 겉으로는 가볍지만, 고겸은 언제나 무비에게 가장 진지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결코 가볍게만 볼 수 없는 인물이다.
무비 (박보영):
과거의 상처와 멀어진 마음 때문에 무비는 기대라는 감정을 내려놓은 채 살아간다. 하지만 그 무거운 마음을 흔드는 유일한 사람은 고겸이었다. 그는 무비가 설정한 경계를 꾸준히 넘나들며 그녀를 흔든다. 무비가 불편함을 느낀 이유는, 어린 시절 아빠가 자신보다 영화를 더 사랑했던 기억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이가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멀어졌던 아버지의 그림자가 무비를 괴롭힌다. 그럼에도 그녀는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흔들린다. 영화에 빠져 있는 고겸의 눈을 바라보며 무비는 더더욱 애써 자신을 통제하려 한다. 그런 무비는 결국 스스로 변화의 기로에 선다.
고준 (김재욱):
고겸의 형 고준은 재활 중인 몸을 이끌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상태로 인해 동생이 무언가를 포기한 건 아닐까 걱정하는 따뜻한 형이다. 어느 날 목발이 맨홀에 빠진 위기의 순간, 무비가 도와주며 두 사람은 짧은 대화를 나눈다. 고준은 고겸이 얼마나 진지한 사람인지 설명하며, 동생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중을 드러낸다. 그런 고준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복잡한 마음과 걱정들이 숨어 있다. 드라마를 통해 그런 내면이 조용히 전달된다.
1.설렘이 다가올 때.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고겸의 단순하고 꾸밈없는 진심이 바로 그의 매력이다. 무비가 아무리 그를 밀어내려 해도, 고겸은 변함없이 그녀에게 다가간다. 이런 고겸의 진심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무비는 분명 고겸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그녀에게 설렘은 오히려 낯설고 버거운 감정이다. 어쩌면 그 누구에게나 설렘은 다가올 수 있다. 짝사랑, 우연한 고백, 혹은 문득 떠오른 감정이 우리를 흔들 수 있다. 무비는 고겸을 밀어내면서도 결국 먼저 입을 맞췄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설렘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쩌면 이런 감정이 너무 낯설고 무서워서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설렘이 찾아와도 그것을 스스로 놓아버리는 일이 오히려 더 슬플 수 있다. 고겸은 매번 무비가 힘들고 어려운 순간마다 옆에 있었다. 그런 고겸의 마음을 단지 장난이라 말하는 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비가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직진하는 고겸의 용기는 분명 진심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설렘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않고 놓아버리는 건, 분명 후회가 될 수 있다.
2.시작할 용기와 그만둘 용기
마 감독님의 주선으로 고겸은 술자리에서 구 감독님과 오해를 풀 기회를 얻는다. 영화감독과 평론가는 본래부터 대립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서로 적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고겸을 싫어하던 한 감독은 처음에는 그의 글이 자극적이고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나 자신의 재능 부족을 인정하며 그만둘 용기가 생겼다고 고백한다. 이 장면은 내게 많은 질문을 던져 주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계속 이어나가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어떤 이는 시작조차 못하고 포기하고, 어떤 이는 시작했지만 끝내 그만두게 된다. 그만두기 위한 용기 또한 시작할 때의 용기만큼이나 절실하고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드라마는 '영화'라는 소재를 통해 이 이야기를 풀어낸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감독은 자신이 재능이 없다고 느끼며 영화계를 떠나려 한다. 그런 장면을 보며 마음 한편이 너무도 슬펐다. 어떤 꿈이든, 사랑이든, 끝내야 하는 시점이 온다는 건, 늘 어렵고 아픈 일이다.
작품의 좋은 점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그 ‘전체’다. 사랑을 그리는 방식, 인물의 감정을 다루는 디테일, 서사의 전개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오히려 한국 드라마에서 이렇게 깊이감 있는 작품이 드물다는 생각을 했는데, <멜로무비>가 그 갈증을 채워준 느낌이다.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들이 참 좋았다. 사랑을 중심으로 그려진 인물 간의 관계 구조도 섬세했다. 고겸과 무비는 물론, 손주아와 홍시준의 이야기도 계속 궁금해졌다. 현실적인 인간관계를 담백하게 담아낸 드라마는 흔치 않다. 이 작품은 재미를 위해 과장하거나 꾸미지 않는다. 대신 감독과 평론가라는 직업을 통해 사회적인 시선까지 함께 탐구해낸다. 무드와 감정의 톤도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방식으로 접근해 신선했다. 현실적인 사랑, 관계 속의 갈등과 이해를 담은 구조는 정말 훌륭했고, 평소 관계나 인생에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가 충분히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구조가 답답하게 느껴질 사람도 있겠지만, 질문이 많은 삶이라면 <멜로무비>는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다.
정주행 리뷰
가끔은 너무 겁이 나고 두려운 순간이 있다. 그것은 사랑도, 꿈도 마찬가지다. 좋은 기회가 와도 선뜻 그 손을 잡기 어렵다. 꿈을 더 이루고 싶어서, 아직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아서, 내가 가진 것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그런 생각과 기억들, 질문들이 떠오를 때 <멜로무비>는 조용히 마음을 정리해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드라마는 누군가에게 말하기 어려운 고민들을 대신 말해주고, 혼자 생각만 하던 감정들을 정리해준다. 그게 바로 <멜로무비>가 가진 위로의 힘이다. 단, 이 드라마는 감정선을 따라가지 못하면 다소 지루할 수 있다. 원하는 결말을 향해 시원하게 나아가는 드라마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겸과 무비의 감정, 손주아의 선택, 홍시준의 꿈, 고준의 고민까지 깊이 들여다본다면 이 드라마는 분명 마음을 울린다. 내 삶과 주변의 인간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퇴근 후 잠시 가지는 이 여유 속에서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멜로무비>의 남은 이야기들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