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첫사랑, 좌충우돌 고백 대작전
머리가 곱슬하다는 주인공 박세리의 이야기라는 것만 알고 보기 시작한 영화였는데, 생각보다 각본도 좋고 영화 전체적인 구성, 속도감, 그리고 199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시대적 감성과 분위기를 잘 담아내서 오랜만에 가슴 뭉클하고 따뜻한 청춘 로맨스를 본 기분이 들었다. 요즘은 이런 청춘물 찾아보기 힘들어서 더 귀하게 다가왔다.
영화는 부산이라는 배경과 아날로그 감성을 톤으로 깔고, 단순하지만 낭만이 있던 시절의 추억을 시간여행하듯 보여준다. 러닝타임이 2시간인데, 루즈하지 않고 고백이라는 주제에 포커스를 잘 맞추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이 참 좋았다.
영화 줄거리
어릴 적부터 고백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박세리. 하지만 꼬여버린 첫사랑 이후, 머리까지 곱슬거리는 ‘악성 곱슬머리’가 되어버린 그녀는 더 이상 고백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부산 앞바다에서 우연히 마주친 전교 최고의 인기남 김현에게 다시 마음이 흔들리면서, 세리는 인생 최대의 고백 대작전을 준비하게 된다. 농구장 작전부터 이름표 미신까지, 세리의 좌충우돌 작전은 점점 커져만 간다. 여기에 전학생 한윤석까지 등장하며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세리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생머리에 대한 갈망, 친구들과의 우정, 수학여행과 학창 시절의 추억 속에서 세리는 결국 스스로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며 진짜 ‘고백’의 의미를 찾아간다. 풋풋한 웃음과 따뜻한 감동이 교차하는 영화, 그것이 바로 <고백의 역사>다.
영화 기본정보
장르: 로맨틱 코미디, 청춘, 시대극
감독: 남궁선
각본: 지춘희, 왕두리
촬영기간: 2024년 9월 24일 ~ 2024년 12월 15일
제작사: 봄바람영화사
공개일: 2025년 8월 29일
러닝타임: 118분
스트리밍: 넷플릭스
이런 분들 꼭! 이 영화 보세요
●지금의 40대 50대 60대 부모님들
● 내가 부산 출신이다! (혹은 경주로 수학여행 다녀왔다!)
● 1980년대·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냈다
● 엄마 아빠의 연애시절이 궁금하다
● 요즘 드라마/영화가 지겨운데, 그 시절 감성이 그립다
곱슬이 박세리(신은수)
영화 초반부, 세리의 고백 실패와 곱슬머리가 된 사연이 간단히 소개된다. 단순히 ‘머리 모양’ 설정이 아니라, 외모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찾는 성장의 상징으로 잘 쓰였다. 머리를 펴야 고백할 수 있다고 믿는 세리의 모습은 웃기면서도 짠하다. Z세대에게는 “정말 저랬다고?”라는 신선한 충격, 40대 이상에게는 “맞아, 그땐 그랬지”라는 공감을 동시에 준다.
부산 사투리, 부산 감성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부산 사투리와 그 시절의 감성입니다.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지역 사투리를 제대로 살리는 경우가 드문데, <고백의 역사>는 부산이라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처럼 느껴집니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장난치던 모습, 수업시간에 졸거나 몰래 쪽지를 주고받던 순간까지, 부산의 풍경과 억양이 함께 담기니 훨씬 더 사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단순한 대사가 아니라 억양 하나, 발음 하나에서 그 시절만의 풋풋함이 살아나는 것이죠. 특히 경상도 사투리 특유의 직설적이면서도 따뜻한 말투가 인물들의 감정선을 더 진하게 전해줍니다. 단순히 추억 회상이 아니라, 지금 시대에는 볼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 담겨 있어 ‘그때 그 시절’이 그리운 분들에게는 추억 여행을 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남는 건 오직 친구뿐이다 아이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공감했던 부분은 세리와 친구들의 우정이었습니다. 단순히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이 아니라, 세리의 고백 대작전에 함께 뛰어들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 따뜻했습니다. 요즘 시대에는 보기 힘든 ‘찐친’들의 모습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오더군요. 시험에 대한 걱정보다는 누군가의 사랑을 응원하고, 머리를 펴야 한다는 세리의 고집에 맞장구쳐 주며 함께 고민하는 장면들은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이 마음을 울렸습니다. “그때는 진짜 이런 친구들이 있었지” 하고 공감하는 40·50대 관객도 많을 것 같고, 요즘 세대에겐 낯설지만 동시에 부러움을 살 만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결국 영화가 말하려는 메시지는 사랑보다 더 오래 남는 건 ‘친구와의 추억’이라는 것 아닐까요? 청춘의 한 페이지에 우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장면들이었습니다.
고3이 수학여행을 간다고?
지금 고등학생들에게 “고3이 수학여행을 갔다”라고 하면 의아해할 수 있지만, 이 영화가 다루는 시대적 배경에서는 당연한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1980~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경주 수학여행”은 거의 필수 코스였죠. 첨성대, 불국사, 분황사, 석굴암… 친구들과 함께 수학여행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기념품으로 연필이나 부채를 사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영화 속에서도 태풍 때문에 못 간 수학여행을 다시 떠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설정이 주는 묘한 향수가 있습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한 ‘마지막 추억 쌓기’였기에 더 의미가 있었던 거죠. 지금은 수학여행이 다양한 장소와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지만, 당시에는 ‘무조건 경주’였던 시절이 있었으니, 영화를 보는 내내 “맞아, 우리도 그랬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학창 시절의 낭만과 함께, 수학여행이 주는 설렘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장치가 영화 속에 잘 녹아 있습니다.
공명의 연기하는 한윤석
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배우 공명이 연기하는 전학생 한윤석입니다. 단순히 삼각관계의 한 축으로만 등장하는 게 아니라, 세리의 성장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 영화 내내 시선을 빼앗습니다. 유급생이라는 설정 때문에 나이는 조금 많지만, 그래서인지 성숙한 매력과 동시에 장난기 어린 모습이 공존합니다. 세리에게 농담을 던지면서도, 학을 접어 고백을 돕는 장면에서는 진심 어린 마음이 느껴지죠. 공명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진중한 눈빛이 캐릭터와 잘 어울려서, 보는 내내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특히 부산 사투리 대사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면서도, 한윤석의 마음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연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단순한 ‘라이벌 캐릭터’가 아니라, 세리가 자신감을 찾는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조력자이자 또 다른 설렘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영화의 중요한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객 입장에서도 ‘세리는 누구와 이어질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매력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고백의 역사
영화의 제목이자 이야기의 중심인 **‘고백의 역사’**는 단순히 첫사랑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리의 고백 시도와 실패, 좌충우돌 계획들은 웃음을 주지만, 동시에 성장의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콤플렉스로 여겼던 곱슬머리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며, 결국 ‘고백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되는 과정이죠. 사랑은 단순히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고 세상 앞에 당당히 서는 용기라는 메시지가 전해집니다. 영화는 고백이라는 작은 사건을 통해 청춘의 고민, 우정, 가족, 사랑, 그리고 자존감을 두루 보여주며 ‘고백의 역사’를 완성합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영화가 진지함과 코믹함의 균형을 잘 맞췄다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풋풋하고 귀엽게 웃다가,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이 찌릿한 순간들을 경험하며 “맞아, 나도 그랬었어”라는 추억을 불러옵니다. 청춘의 기록이자 성장의 기록으로서, 이 영화는 단순 로맨스를 넘어서는 따뜻한 울림을 전합니다.
고백, 그리고 사랑
결국 이 영화가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는 고백과 사랑의 본질입니다. 요즘 시대에는 연애가 점점 어려워지고, 고백보다는 ‘썸’이나 ‘관계 정립’ 같은 단어가 더 많이 쓰이지만, 이 영화는 그보다 더 단순하고 솔직했던 시절을 그립니다. 마음이 생기면 용기를 내어 “좋아한다”라고 말하는 것, 실패하더라도 후회하지 않는 것, 그 과정이 곧 사랑이라는 것이죠. 영화는 세리의 시선을 통해 고백의 두근거림과 불안함, 그리고 설렘까지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무엇보다도 세리가 결국 자신을 받아들이고, 콤플렉스를 극복하며 내딛는 발걸음은 지금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울림을 줍니다. 사랑은 완벽할 필요가 없고, 단순히 용기를 내는 순간 이미 역사가 된다는 것. 그래서 영화 <고백의 역사>는 단순한 학창 시절 로맨스가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드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주말에 가볍게 보더라도 마음에 오래 남을 영화라 넷플릭스에서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Tip!
영화 끝까지 시청하세요! 숨겨진 작은 재미가 있습니다!
고백의 역사 |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사랑에 빠진 10대 소녀, 학교 최고 인기남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곱슬머리를 생머리로 바꾸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새 전학생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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